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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소름돋는 단편소설 The Egg

퍼스나콘 2015. 8. 1.



The Egg


Written by Andy Weir (원저자) - 영화로도 개봉한 마션의 저자

Translated by Soo Choi  최수영

Modified by 퍼스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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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귀가하는 도중 죽었다. 차 사고였다. 

그다지 특별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치명적이었다. 

당신은 죽으며 아내와 두 아이를 남겼다. 

다행히 고통은 없는 죽음이었다.

응급요원들이 당신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사실 몸이 아주 산산조각이 나는 바람에 죽는 게 나았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날 만났다.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당신은 물었다. "여긴 어딘가요?"

"당신은 죽었어요." 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돌려 말할 필요는 없다.

"트 트럭이 미끄러지고 있었는데…"

"그랬죠." 나는 말했다.

"내가 내가 죽었나요?"

"네, 하지만 상심하진 마세요. 다들 언젠간 죽는 법이니까요!" 나는 말했다.


당신은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당신과 나를 제외하곤. 

"여기가 어디죠?" 당신이 물었다. 

"사후세계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내가 말했다.


"당신이 하나님인가요?" 당신이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하나님이에요, 난."


"내 아이들 내 아내…" 당신이 말했다.

"그들은 왜요?"

"그들은 괜찮을까요?"

"보기 좋군요." 내가 말했다. 

"방금 죽었는데도 가족을 걱정하다니, 아주 좋아요."

당신은 나를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당신한테는 나는 하나님이 아니라, 그저 한 남자로 보일 뿐이었다. 

여자일 수도 있고. 베일에 싸인 권위자로 보일 수도 있겠다. 

절대자라기보다는 문법 선생님 같은 존재 같다고나 할까.


"걱정 마세요." 난 말했다. 

"그들은 괜찮을 거에요.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을 완벽했던 사람으로 기억할 거에요. 

아내는 겉으로는 슬퍼하겠지만, 속으로는 안심하겠죠. 

뭐, 둘의 결혼은 실패하고 있었으니까요. 이게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자신이 안심하고 있다는 것에 그녀는 매우 자신을 자책할 거에요."

"아…" 당신이 말했다.

 

"그럼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죠? 천국이나 지옥에 가거나 하는 건가요?"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당신은 환생하게 될 겁니다."

"아!" 당신이 말했다. "힌두교 얘기가 맞았네요, 그럼"

"모든 종교는 다 그 나름대로 맞아요." 내가 말했다. 

"저와 좀 걷죠."


우리는 허공을 같이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딱히 정해진 곳은 없어요." 내가 말했다. 

"얘기하면서 걷는 거죠."

"그럼 요점이 뭐죠?" 당신은 물었다. 

"내가 환생하면, 난 다시 백지로 태어나는 거잖아요, 그렇죠? 아기로 말이죠. 

그러면 내가 이번 생애에 경험하고 했던 모든 것들이 다 무의미하게 되는 거고요."


"그렇지 않아요!" 내가 답했다. 

"당신은 모든 생애에서 얻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그저 지금 당장 기억을 못 할 뿐이죠."

나는 걷는 것을 멈추고 당신의 어깨를 잡았다. 

"당신의 영혼은 당신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굉장하고, 아름답고, 거대한 것이에요. 

인간의 생각은 당신 존재의 그저 조그만 부분만을 담고 있을 뿐인 거죠. 

마치 컵에 담긴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보려고 손가락을 담그는 것 같은, 그런 일이에요. 

당신의 조그마한 부분을 컵에 담그고, 다시 꺼낼 때 당신은 그 그릇이 담았던 모든 경험을 얻는 거죠."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은 그간 48년 동안 인간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당신의 거대한 자아를 아직 다 느끼지 못한 것뿐이에요. 

여기서 조금만 지내고 나면, 당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기 시작할 겁니다. 

하지만 생애와 생애 사이에서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럼 전 지금까지 몇 번 환생한 거죠?"

"많이요. 아주, 아주 많이요. 아주 여러 가지의 삶으로 말이죠." 내가 말했다.

"이번에는 기원전 540년의 중국인 소작농 여자로 태어날 거에요."

"잠시, 뭐, 뭐라고요?" 당신은 더듬으며 말했다. "나를 과거로 보낸다는 말이에요?"

"뭐, 그런 셈이죠. 당신도 알겠지만, 시간은 당신의 세계에서만 존재해요. 나의 세계는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죠."


"당신은 어디서 왔는데요?" 당신이 물었다.

"물론" - 난 설명하기 시작했다 - 

"난 분명 어디서론가 왔어요. 여기와는 다른 곳이죠. 그리고 거기에 나 같은 존재들은 더 존재해요. 

당신이 나의 세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한다는 걸 알지만, 솔직히 지금으로선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아." 당신은 약간 실망한 듯했다.

 

"잠시만요. 만약 시간상 다른 곳에 제가 환생하게 된다면, 

한 번쯤 나 자신과 맞닥뜨린 적도 있을 수 있겠네요."

"그럼요. 항상 일어나는 일이죠. 그리고 두 생애 다 자신의 삶밖에 인지할 수 없으니, 

당신은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요."


"그럼 도대체 이러한 일을 하는 목적이 뭐인 거죠?"

"지금 진심인가요?" 난 물었다. 

"지금 진심으로 나에게 삶의 목적을 물어보고 있는 건가요? 약간 진부한 질문이라고 생각 안 해요?"

"타당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당신은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였다.

나는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삶의 목적, 그리고 내가 이 모든 세계를 만든 이유는, 당신의 성장을 위해 서에요."

"인류 전체 말이에요? 우리가 다 성장하기를 원하는 건가요?"

"아뇨, 당신 한 명이요. 난 이 모든 세계를 당신 하나를 위해 만들었어요. 

새로운 생애 하나하나마다 당신은 자라고 성숙해져서 더 크고 대단한 지능을 가지게 될 거에요."


"저만요? 다른 사람들은요?"

"다른 사람들은 없어요.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건 당신과 저뿐이에요."

당신은 나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지구 상의 있는 수많은 사람은…."

"다 당신이에요. 당신의 각기 다른 환생이죠."

"잠시만요. 내가 모두란 말이에요!?"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하는군요." 축하의 의미로 등을 툭 치며 내가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았던 모든 인간이라는 건가요?"

"그리고 이후에 살 모든 인간이기도 하죠."

"내가 아브라함 링컨이였어요?"

"그리고 존 부스 (역주: 링컨의 살인자)이기도 했죠." 내가 덧붙였다.

"내가 히틀러였다고요?" 당신은 끔찍한 듯 물었다.

"그리고 그가 살해한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었죠."

"내가 예수님이였단 말인가요?"

"그리고 그를 따른 모든 사람이었죠."

당신은 조용해졌다.


"당신이 어떤 사람을 피해 줄 때마다" -내가 말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피해 주고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 때마다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한 거죠. 

과거와 미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겪은 행복과 불행을 당신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 거에요."


당신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왜죠?" 당신은 물었다. "왜 이 모든 걸 하는 거죠?"

"왜냐하면 어느 날, 당신은 나와 같게 될 것이거든요. 그게 당신의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나와 같은 부류이죠. 나의 자식이에요."

"우와!" 당신이 놀라서 말했다. 

"내가 신이란 말인가요?"


"아니, 아직은 아니에요. 당신은 태아에 불과하죠. 아직도 자라고 있는 태아, 

시간상의 모든 생애를 다 살았을 때, 신으로 태어날 만큼 자라나 있을 거예요."

"그럼 이 모든 세계가" 당신이 말했다. "그저…"


"알과 같은 거죠." 내가 대답했다. 

"자, 이제 다음 생애로 환생할 시간이군요."


그리고 난 당신을 보내주었다.




강물은 흘러 마지막에는 모두 바다로 간다. 그러나 일단 바다로 모이고 난 물은 "나는 이 강에서 왔다." "나는 저 강에서 왔다." 같은 개별 의식을 갖지 않으며 하나가 된다. 사람도 죽고 난 후에는 그와 같이 되느니라.

- 우파니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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